그것은 불과 몇달전의 일이었다.

남들이라면 하룻밤 술마시고 약간 취했을때의 헤프닝으로도 끝날 수 있는일.
그러나 나는 결코 잊지 않았다. 도로공사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며 기회를 엿보던 어느날,


그렇다, 나에게 복수의 기회는 그렇게 찾아왔던 것이다.
물론 주머니엔 집에 택시타고 돌아갈 차비쯤 남아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남자라면 이럴때 날 엿먹인 도로공사에게 복수를 해줘야 하는법.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한 채 약수역을 당당히 나서게 된 것이 오늘 새벽 한시경.

약수역을 나오자 곧 정면에 첫번째 터널인 금호터널이 보인다.
당당하게 진입. 새벽이라 그런지 차도 많지 않다. 좋아 이 기세로 옥수역까지 클리어다!

금호터널을 지나자 곧 보이는 삼거리.
맨 위 지도를 보면, 금호역에서 왼쪽으로 꺽어져서 간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지도에서는 지하철 노선이 바로 금호-옥수로 이어져 있지만
차도로는 금호역에서 옥수역을 지도처럼 직진해서 바로 갈 수는 없다.
따라서 지도처럼 길을 따라 걷다 좌회전을 해서 우회해서 가야하는데(저번에 길을 잃은건 그 이후였다), 사진이 바로 그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채 찍은것.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니, 아 그 길은 '차' 만 다닐 수 없는 길 아니던가.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보도 하나쯤은 있을법.
분명 지하철도 지나가는데, 그 위로 사람다니는 길 하나 없을까. 라는 생각에 좌회전 하지 않고 직진, 옥수터널로 진입.

훗, 난 역시 천재야...라는 생각과 함께 옥수터널로 진입. 저 옥수터널을 나오면 사람이 다니는 보도와 함께 짠 하고 우리집이 나오겠지.

저 멀리 보이는 옥수터널의 출구. 완벽하게 도로공사에게 복수했다는 생각을 하며 의기양양하게 출구로 나왔는데,

...나 왜 한강다리 한가운데?!
심지어 이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보도도 없다?!
한강다리 위에 벙찐채 서있는데, 저 가까운곳에 분명 우리집이 보이긴 하는데 이 한강다리에서 내려갈 방법이 없다.
옆으로는 차들이 씽씽. 잠깐 한강으로 뛰어들까 진지하게 고민했음. 강둑까지만 헤엄쳐 나가면 우리집에 갈 수 있다!
참고로 졸라 패닉상태에 빠져 사진도 찍지 못했음.

한강다리에서 한참을 헤멘 뒤에야 어딘가로 통하는 알수없는 계단을 발견.
계단을 내려오는데 어딘지 알 수 없는 80년대 시골풍경이 펼쳐진다. 이 계단은 뭐 4차원의 문이라도 되냐.
하여간 그렇게 한참을 헤멘끝에, 간신히 옥수역 이정표를 발견해서 무사히 집에 도착.
저 멀리 보이는 옥수역 팻말을 보고 울뻔했다. 앞으로는 도로공사에게 개기지 말고 조용히 택시타고 다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