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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일기 그 첫번째

Posted 2008/05/02 02:02, Filed under: 잡담


엄마의 가출 이틀차. 오늘도 바글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하고 있다.

학교에서 외화표시 전환사채가 어쩌고 신주인수권부 사채가 어쩌고 하는소리에 잠든지 몇시간,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수업은 끝나있고 시간은 어언 열시.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오니 밤 열한시. 분명 수업 시작하기 전에 저녁은 먹었건만, 먹은지 30분이면 도로 배고파진다는 열악한 수준의 학식인데다가 그마저도 먹은게 다섯시 반이다 보니 이미 허기에 정신을 잃을지경.

그렇다고 또 찬장을 뒤져서 라면을 꺼내자니 이건 뭐 최근 한달간 라면에 짜장면에 쫄면에 짬뽕까지 인스턴트 면류라면 2만km 쯤 먹은 듯 해서 더이상은 무리. 결국 귀차니즘을 무릎쓰고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한다.

마침 냉장고 한구석에서 유통기한이 언제인지, 대체 언제부터 그곳에서 잠자고 있었는지 도무지 추측이 불가능한 지퍼백에 담긴 정체불명의 불고기와 그 옆에 뒹굴던 핫도그 빵을 발견. 운이 좋게 김치냉장고에선 잔인하게 토막난채 방치된 새송이 버섯도 발견했다.
분명 저 핫도그 빵은 한 한달 반쯤전에 엄마랑 코스트코 갔다가 산 물건인거 같은데 왜 아직도 저기있는거냐...

뭐, 목마른놈이 제 우물 판다고 이걸로 대충 샌드위치를 만들어볼가 궁리. 어차피 굶어죽나 상한거 먹고 죽나 똑같을텐데 그럴꺼면 먹고죽는게 낫지 않겠어...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 온 집안을 아무리 뒤져도 후라이팬이 보이질 않았다. 설마 엄마가 후라이팬 싸들고 유럽을 갔을리는 없는데 분명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후라이팬. 천만년만에 요리 한번 해보려고 재료까지 디벼서 찾아냈는데 결국 후라이팬 따위에게 포기해야 하나 싶어 바닥에 드러누웠다가, 우연히 비친 가스오븐렌지의 오븐 속에서 후라이팬을 발견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기다 후라이팬을 넣어두고 가면 뭐 어떻게 찾으란겁니까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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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여곡절끝에 재료를 한데 모아놓고 대충 만들기에 돌입. 정체불명의 불고기와 핫도그빵, 잔인하게 토막살해된 새송이에 김치가 오늘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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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나에게 내용물을 달라' 라는 자세로 요염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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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치는 굳이 볶아줄 필요는 없는데 기왕 하는김에 같이...라는 도전정신으로 투하.
물론 설거지할때 미친듯이 후회했다. 그래도 한번 볶아주는게 더 먹을만 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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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잔인하게 불고기를 난도질한 뒤 후라이팬에서 모두 데굴데굴 굴리기 시작.
아 참고로 불고기를 미리 난도질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빵에 넣어서 먹을때 잘리지 않아서 고기가 질질 끌려나온다거나 먹다 켁켁거리는 비참한 경우를 접하게 됨.
뭔가 요리하면서 찍은 사진에서도 귀차니즘이 묻어나는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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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벌린채 기다리고 있던 빵에게 잔인하게 난도질한 내용물을 투입. 이대로 완성.
냉장고에서 방금 나온 빵이 차가운데다 퍼석퍼석하다면 전자레인지에 15초 칭 하고 돌려주면 됩니다.
이제 입을 잘 닫아준뒤 먹어주면 끝. 우걱우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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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치 쌓인 설거지들. 사실 대부분이 그냥 컵이나 과일 담았던 그릇이라 귀찮아서 쌓아두고 있었는데, 오늘 되도않는 요리를 급하게 하는바람에 도저히 더 이상 방치할수가 없었다.
엔간하면 귀찮아서 나도 설거지까진 안하겠는데, 이상태로 방치했다간 벌레가 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
좀 귀찮더라도 바퀴벌레님과 대면하는것보단 2만배쯤 낫다. 아마 바퀴님과 대면하면 그냥 집을 나가서 찜질방 가서 살지도 모름. 아 이 빌어먹을 벌레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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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빵을 학살하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 만족한 자세로 쇼파에 누워있자니 엄마가 남기고 간 풀떼기들이 말라 비틀어진채로 나를 바라보며 '야이년아 너만 쳐먹냐....'이러고 있길래 자비를 베풀어 이들에게도 물까지 주는 수고를 자청했다. 아 암만생각해도 난 너무 착한거같아.


자취 이틀차 바글, 아직 죽지는 않았다.
바글
2008/05/02 02:02 2008/05/0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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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성분 2008/05/05 19:39 Delete Reply

    ㄲㄲ
    이걸 찍어서 올리는 너도 참 할일 없구나...........

    1. Re: # 바글 2008/05/05 21:11 Delete

      ㅇㅇ 나 요즘 집에서 아주 심심해 뒹구는듯

      심지어 엄마가 카메라 가져가서 폰카로 찍어서 옮기는 뻘짓까지...

  2. # 어륀지 2008/05/06 02:07 Delete Reply

    밤에 봤는데 왠지 야식테러로 느껴지지 않는게 슬픈듯...

    1. Re: # 바글 2008/05/07 10:28 Delete

      거 생각보다 그래도 사람이 먹을만 함미다 (...)

  3. # 우우우우우우무우 2008/05/07 13:38 Delete Reply

    ㄲㄲ 난 저정도 쌓여도 방치하는듯. 강하게 크거라.ㅂㄱ

    1. Re: # 바글 2008/05/08 17:28 Delete

      ㅇㅇ 넌 사람이 아니니까...

  4. # sjh 2008/05/07 21:53 Delete Reply

    참잘해써요 쾅

    1. Re: # 바글 2008/05/08 17:28 Delete

      ㅇㅇ 감사함미다

      그래봐야 당신도 자취생 아님미카

  5. # 파티마스터 2008/05/07 23:07 Delete Reply

    주점 순회 ㄱㄱ
    연대간호 1순위인듯...

    1. Re: # 바글 2008/05/08 17:29 Delete

      공대 경영대 건축대

      이 병신들을 친구라고...

      간호대

      굽신굽신

  6. # 파티마스터 2008/05/09 01:21 Delete Reply

    야 공대 아니야 전정대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Re: # 바글 2008/05/09 12:25 Delete

      ㅈㄹ 아무리 화려하게 표현해봐야

      너는 그냥 뼛속까지 공돌이 ㄳ

    2. Re: # 바글 2008/05/09 12:25 Delete

      아 그리고 무슨 니가 파티마스터

      넌 그냥 니네 누나의 시다

  7. # 건축학은 5년제예요 2008/05/09 22:43 Delete Reply

    뻘포스팅

    1. Re: # 바글 2008/05/10 00:47 Delete

      뭐병시나

  8. # cp 2008/05/09 23:53 Delete Reply

    뻘포스팅22222

    콱 조류독감이랑 광우병에나 걸리라지

    1. Re: # 바글 2008/05/10 00:48 Delete

      넌 또 누구야

  9. # cp 2008/05/10 23:54 Delete Reply

    니가 아는 인간중 이니셜(이라긴 뭐하지만) cp를 쓸인간이 누가있겠니 ㅉㅉ

    1. Re: # 바글 2008/05/11 22:51 Delete

      아 출판짱님이십니카

  10. # 파티마스터 2008/05/11 02:02 Delete Reply

    첫번째...다음날 죽었구나??

    1. Re: # 바글 2008/05/11 22:52 Delete

      뭔소리여 그건

  11. # cp 2008/05/13 00:04 Delete Reply

    첫번째 생존기 이후 업뎃이 없잔여 ㅋㅋㅋㅋㅋ
    생존하느라 바빠서 안쓴거같진않고
    그냥 몹쓸 귀차니즘인듯

    1. Re: # 바글 2008/05/13 00:16 Delete

      마지막줄이 포인트

      집이 비는건 한달이지만 생존기는 세개나 쓰면 성공이다

  12. # sjh 2008/05/24 20:58 Delete Reply

    심심해, 흥

    1. Re: # 바글 2008/05/25 13:26 Delete

      ㄲㄲ 월요일에 봅세다

  13. # 성민 2008/06/06 23:21 Delete Reply

    포스팅안합네까!

    1. Re: # 바글 2008/06/09 02:21 Delete

      뜩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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