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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에 관한 여러가지 고찰.

Posted 2004/12/09 21:53, Filed under: 지나간 기억들


키보드는 문자를 타이핑하는 최고의 입력장치입니다.
GUI시스템이 지배하는 지금에 와서는 마우스에 그 자리를 반이나 내어주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도 가장 무식[...]하면서, 컴퓨터라는, 그리고 인간이라는 시스템에게 가장 적합한 입력장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어차피 궁상이긴 매한가지입니다만, 기계식에 관한 글은 예전에도 쓴적이 있어서 짧게 넘어갔습니다.

수년전.
...이라고는 해도 약 십여년은 됬겠습니다만,

8088을 지나 X86초기 시대에 있어 컴퓨터란 물건은 사치품 내지는 컴공과를 나온 일부 폐인 프로그래머에 관계된 물건에 불과했습니다.
X86시대에 접어들며 일반 대중에 보급되기 시작했을때도 컴퓨터는 백수십만원에서 2~300만원까지를 호가했고, 당시만해도 키보드 역시 10만원대의 고가 물건이었습니다.

이러던 키보드는 시간이 흐름에따라 점차 가격이 떨어졌고, 드디어 대망의 삼성 DT-35라는 무시무시한 키보드가 등장합니다.

삼성이라는 네임밸류, 1~2년은 어떻게 굴려도 멀쩡한 내구성, 울트라 싼 가격, 플라스틱 손목 받침대의 제공, 키스킨의 제공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들로 무장한 DT-35는 순식간에 시장을 쓸어버리고, 당시 처음 키보드시장에 진출한 삼성은 아직도 국내 키보드 메이커중에서 탑을 달리는 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DT-35로 인해 키스킨의 저가 평준화도 이루어지게 됩니다.
고대의[...]키스킨이라 함은 실리콘 재질의, 1~2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오래써도 키캡위에 뜨지 않고 변색도 되지 않는 물건이죠, 그러나 DT-35를 기점으로 비닐[...]에 가까운 재질로 된 공짜 키스킨이 시장에 나오면서 초기의 키스킨시장은 사장되버립니다. 실리콘재질의 키스킨 유저의 관점에선 길어야 반년이 한계인 비닐 키스킨의 내구성이었지만 공짜라는 무시무시한 강점앞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죠. 기껐해야 1~2천원이면 하나 사는데, 10배가격의 물건이 시장에서 사장되는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쨌든간에 이 고대의 키스킨은 사실상 기계식 키보드와 함께 거의 사장되어버립니다.
키스킨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써는 그냥 싸구려 키스킨 하나 구해서 먼지덮개용으로 씁니다만, 키스킨을 덮고 사용하는 사람 입장이라면, 비닐 키스킨...으으 싫어요[...]


키보드 자체의 가격역시 DT-35를 기점으로 저렴하게 변신해버립니다. 현재에 와선 키보드 그 자체도 거의 번들의 이미지가 굳어졌죠. 싸게 사려고 보면 3~5천원이면 충분히 구할 수 있고, 말만 잘하면 공짜로도 줍니다[...]

현재에 와서 10만원이 넘는 초고가 키보드자판은 체리社와 토프레社 그리고 디자인값[...]으로 10만원을 넘게 받아먹는 애플정도가 유일합니다.
PC본체를 초저가로 잡으면 30~40만원이 나오는 세상에서, 일본내 정가가 16,800円이라는 (국내에서 구하려면 20은 가뿐히 넘는) 사기적인 가격은, 어찌보면 사장되기에 당연한 물건입니다만, 그래도 재밌는것은 아직도 열심히 저런 제품을 찍어서 팔고 있다는거죠. (그만큼의 시장이 있다는 소리기도 합니다만)

만7천엔짜리 토프레 키보드. 디자인은...최고다 정말..orz
...디자인에 신경좀 써라 인간들아 orz



물론, 타이핑을 많이 한다거나, 좋아해서 키감이라는거에 맛을 들려버리면 도저히 안사고는 못배길 물건들 (애플제외!) 입니다만, 역시 문제는 가격이죠.

현재 쓰고 있는 키보드도, 분명 학생이 지르기엔 비싼 물건입니다만, 꾸역꾸역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오늘 키캡분해해서 청소하다 엔터키 뽀려먹어서일까...[...]

각설하고, 이번엔 자판배열 얘기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키 자판은 2벌식 자판입니다. 3벌식...은 있다는걸 아는사람은 있을지언정 쓰는사람은...글쎄요.
분명 3벌식 동호회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 숫자는 미미하다 못해 처절한게 현실입니다.
사실, 3벌식이 2벌식보다 빠르다는 소리는, 두 자판 모두 쓰는사람의 입장에서, 엄한소리에 가깝습니다.
2벌식으로도 얼마든지 600타 넘어가는사람 많습니다. 사실 400타 이상의 타자 속도에서 속도비교는 (모 게임등을 제외하곤) 의미가 없습니다. 500타인 사람이 문서를 치나 천타인 사람이 문서를 치나 그게 그거거덩요 : )

(군대에선 아직 3벌식을 씁니다. RATT가 3벌식인데 군바리 전신타자병이 3벌식을 손에 익히면 인간이 상상할수 없는 속도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니 제외[...])

그런데도 아직까지 세벌식을 고집하는사람이 적으나마 있다는것은, 그만큼 세벌식의 장점이 있다는 말도 됩니다.
(사실 '익숙하다' 이외에 두벌식 자판의 장점을 찾는게 힘든일이죠)
일단 두벌식은 shift키를 많이 사용합니다. 분명 세벌식도 사용하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그 사용빈도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죠. 또한 두벌식에는 모음이 왼쪽에 배열되어 있습니다. 오른손잡이가 대다수인 상화에서 한 글자에 일반적으로 두번 (초성, 종성) 들어가는 모음을 왼손에 배치시켰다는것은...참으로 빛나리시절다운 발상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세벌식 자판을 사용하면 자신이 한글을 타이핑하고 있다는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한글 특유의 리듬이 있기에, 또 그 손맛을 버리지 못해 세벌식을 사용하는거죠. (마치 키보드의 키감에 맛들려서 비싼 키보드에 좌절하는것과 마찬가지죠)

지금의 IBM키보드 배열을 따르는 자판 배열은 영문의 쿼티와 드보락, 한글의 두벌식과 세벌식 (그리고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네벌식) 이 있습니다.

사실 조금 연습해서 익숙해지면 드보락과 3벌식 자판이 그 문자의 리듬에 훨씬 적합하게 배열되어있다는걸 알게 됩니다. 특히 영문 드보락의 경우에는 정말 이거다 싶을만큼 엄청난 배열을 보여주죠.
(실제로 드보락은 확실히 익숙해지면 타자 속도가 올라갑니다)

드보락 키배치


드보락의 경우, 마치 VHS와 베타처럼 드보락이 후발주자였기에 시장에서 사장되는것을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사실 2벌식보다 3벌식이 먼저 개발됬다는거, 아실라나요?

.
..
...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일명 한글날이죠.
세종 28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하였다는 기록을 따르면, 늦어도 10일에 반포된것으로 추측되니, 양력으로 얼추 맞는 날입니다.
북한에서는 반포일이 아닌 창제일을 기준으로 1월 15일을 한글 창제일로 기념한다고 하더군요.
물태우시절, 한글날은 공휴일에서 제외됩니다.
이유가 노는날이 너무 많다는것과 세계 어느 나라에도 문자 창제를 경축하는 국경일이 없다라는것인데, 과연 대한민국이기에나 나올법한 이유입니다. -멍
이제와서도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만들지 않는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3벌식 타자기가 개발된것은 1950년 안과 의사인 공병우 박사님때입니다. (47년부터 개발되었습니다)
당시 공박사님이 문교부까지 찾아갔으나 완벽하게 개무시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과연 대한민국 어리버리정부답게 6.25 북한군의 쾌속 진격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개박살이 납니다.

헌데, 전쟁중에 공박사님의 3벌식 타자기는 손원일 제독에 의해 군에 보급됩니다. 이후 타자수들의 활약으로 3벌식은 확산 보급되고, 전쟁후 이 타자기는 널리 보급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글라스 대통령이 나라를 한번 엎습니다.
이때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처는 4벌식(네벌식)이라는 정말 엽기적인 자판을 국가 표준으로 제정하기에 이릅니다.
완벽한 무식함의 산물이죠, 그리고 한국은 다시한번 엎어져 빛나리 대통령 시대에 이르러 드디어 그 유명한 2벌식 자판이 국가 표준으로 제정됩니다.

세벌식 최종 자판


국가 표준인 두벌식


이 두벌식 자판이 국가 표준이긴 합니다만, (군사정권답게) 초단기간에 훌쩍 만들어진 배열 표준입니다.
사실 이 두벌식 자판, 그 이전의 삽질물인 네벌식보다도 더 많은 문제점을 앉고 있습니다.
이에비해 세벌식은 한글 원리와 인체 공학 양쪽 모두에 두벌식에 우세합니다. 세벌식은 1~2년간에 개발된것이 아닌, 수십년이 넘게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되어 온 자판입니다.
(1947년에 개발이 시작되어 1991년에 최종자판이 발표됩니다)
대표적으로 세벌식 390방안과 최종자판등등 여러 버전이 있는것을 보아도 알 수 있죠. (큰 차이는 없고, 현재 세벌식 표준은 최종자판입니다)
...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실 지금에와선 3벌식으로 바꾸기에도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현실입니다.
게다가 본인이 3벌식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것도 아닙니다.
세벌식을 익힌지 수년이 지났지만, 지 컴퓨터 아니고선 전부 두벌식을 쓰는데, PC방이나 학교에선 바빠죽는데 3벌식 일일히 변환해서 타이핑하기도 그렇죠. 그리고 3벌식으로 변환한다음에 다시 2벌식으로 바꿔주는거 깜빡하면 난리닙니다 정말 -_-;

사실 이 글은 간만에 세벌식으로 쳐보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간만에 세벌식 쓰니 힘들군요-_-; 모아치기는 잘 되지도 않습니다;; 세벌식의 가장 큰 장점이 모아치기인데요...으음 ㅇㅇ;;
...뭐 언제나 대세는 표준이란걸까요...아쉽죠 참.

(그래도 영문으로만 된 글을 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드보락모드입니다만...한글 세벌식은...난감)
용기있는분을 위한 세벌식 사랑 모임 (웃음)
바글
2004/12/09 21:53 2004/12/09 21:53


Response : 1 Trackback , 8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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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군요...

    Tracked from 아크몬드의 롱혼블로그 2005/03/11 20:13 Delete

    관련 링크3벌식 자판 스티커 신청하기 - 종로믿음치과 세벌식 자판 사용 캠페인(주의 : 반드시 꼭 필요한 만큼만 신청)마이크로소프트 IME용 세벌식 파워 업 - 제작자 : 김용묵 3벌식 타자연습기 [날개셋 2.01] 한글 3벌식 타자기 © encyber (전 타..

  1. # 레픽 2004/12/09 22:01 Delete Reply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세벌식이 더 빠르다는 건 익히 들어본 전례가 있지만 써본 적이 없어서..;;

  2. # Arnie 2004/12/09 22:20 Delete Reply

    생각 같아선 드보락과 3벌식을 익혀보고 싶지만
    역시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듯 싶습니다.
    게다가 표준이 아니다 보니 정말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3. # FlyChicken 2004/12/09 22:38 Delete Reply

    글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길어서 읽기 귀찮아서..;;;)세벌식 최종 사용자 입니다. 세벌식을 익히시는 분들께는 최종 보다는 390공을 익히라고 권해 드리고 싶네요 요즘같이 특수문자를 많이 사용하는데 최종은 많이 귀찮습니다..
    특수문자 입력하려고 영어로 바꾸는거 무지하게 불편합니다. 최종과 390은
    많은 아니는 없지만 390공은 많은 특수키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다시 익히는게 귀찮아서 최종하용하고 있지만...;;;

  4. # 레잎 2004/12/09 23:59 Delete Reply

    ...240만원짜리 '나무'로된 키보드를 제하면 섭하지

  5. # krsmharry 2004/12/10 00:06 Delete Reply

    [,....]240만이라니..;;;
    컴하나 값이군..;;;
    간만에 잼단글 읽었수 weak Ba-geulㅋㅋ

  6. # 팟찡군 2004/12/10 21:32 Delete Reply

    DT-35 은 위대한 제품이지 -_-b

  7. # 바글 2004/12/10 22:44 Delete Reply

    레픽//사실 프리첼 타자게임가면 2벌식도 괴수들 많지요 orz
    Arnie//...하아 정말 용기지요 orz 사실 3벌식 사용후 뒷사람을 배려하는[...]수고가 정말 문제라는것.
    FlyChicken//390은 특문에, 최종은 겹받침에 강하지요. 둘다 잘 만들어진 자판이라서요 : ) 다만, 채팅할땐 역시 390쪽이 편하더군요
    레잎//...그런거 치우셈
    krsmbarry//닌 왜 레잎페이지로 연결하는건데?
    팟찡군//...위대하죠 정말. 완전 키보드의 애니콜버전임(...)

  8. # krsmharry 2004/12/13 20:42 Delete Reply

    귀차나서 걍 써져있는거 가만히 냅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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